(수완뉴스=나지영)
‘시작’이라는 단어는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14살이었던 제게 시작은 ‘낯설고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자퇴’의 의미는 더욱 그랬습니다. ‘낯설지만 기대되고 꿈꾸지만 위험할 것만 같은 것,’ 그것이 ‘학교 밖’에 대한 첫 느낌이었습니다.
자퇴라는 단어가 제 머릿속에 맴돈 건 중학교 1학년, 14살 때였습니다. 꿈이 없던 저는 처음으로 꿈을 찾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고, 즐기기엔 현실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자퇴에 대한 고민의 시작은 오랜 시간 이어졌습니다.
그 후로 만났던 가족의 반대. 그리고 공부와 미래에 대한 고민, 아마 많은 학교 밖 청소년들도 겪었던 과정일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은 모든 선택이 그렇듯 자퇴도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교, 중학생이라는 신분. 생각보다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저 또한 많은 용기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학교라는 체제 속에서 바라보는 자퇴생은 어쩌면 이방인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자퇴를 하던 14살 그 당시에도 그랬습니다. 수많은 어른들은 제게 물었습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니?” 그 질문은 자퇴에 대한 무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퇴의 무게는 제가 처한 현실 속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꿈을 찾기 위해 학교 밖을 나가고 싶다는 제 말을 세상으로부터, 그리고 학교로부터 이해받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그렇듯 삶을 뒤바꿀 큰 선택을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듯 제가 자퇴를 하기까지의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사실 힘들었던 것은 자퇴생이라는 이름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주변의 반대와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이었습니다. 학교 밖에 나가기 위한 과정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과의 면담을 거쳐야 했고, 수없이 많은 소문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쉽지 않았던 모든 과정을 거치고 받게 된 자퇴서를 보며 전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날 흘렸던 제 눈물의 의미는 아마 그만큼의 간절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퇴서를 낸 그날의 기억은 제게 아직도 생생합니다. 친구들이 수업을 듣는 모습, 복도를 뛰어다니던 모습, 그 모습들은 제가 학생으로서 마지막으로 보는 학교였습니다. 사실 학교를 다니는 학생에게는 평범한 일상이겠지만, 제게 그날의 그 모습은 특별했습니다. 교복을 입은 제 모습과 작별을 한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조금 늦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오늘 하루, 자신의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시작’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수완뉴스 나지영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