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복도에서, 美성년으로 간다> 프로그램 북, 촬영 : 여민주>)
청소년 극 <복도에서 와 美성년으로 간다>는 <복도에서> 와 <美성년으로 간다> 두 작품으로 묶여있다. 무대에서도 한눈에 볼 수 있듯 학생들이 항상 지나치는 학교 복도, 그리고 여학생의 아기자기한 방이 각각의 무대로 등장한다. 이 두 작품에서는 ‘상실’이라는 공통적인 키워드를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소통’이라는 단어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누군가의 사라짐이 남은 이들의 소통으로는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상실이 불러온 소통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한때 가깝게 지냈던 친구의 상실이나 어릴 적 잃어버린 오빠의 상실은 남은 이들에게 큰 불안감으로 대체되어 안겨지고, 남은 이들의 행동에 주목한다.
학교 상담실 앞 <복도에서> 고등학교 2학년 서경은 자신의 상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상담을 기다리며 오고 가는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서경이 한때 가깝게 지냈던 친구인 은수가 말도 없이 전학을 간 이유를 생각하기도 한다.
<복도에서>의 서경은 자신의 의도치 않은 침묵으로 은수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죄의식으로 서경은 은근한 따돌림은 받는 후배를 챙기기도 하고, 은수의 사라짐에 관해 물어보는 주변 친구들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서경이 느끼는 일차원적인 죄책감은 그녀의 침묵과 무관심이 친구를 사라지게 하였다는 것이라면, 죄책감을 넘어 더 큰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이유는 그녀에게 친구의 사라짐은 단순한 상실이 아니었다는 것에 있다. 친구의 부재는 서경의 내면의 상실감으로 이어져 그 사라짐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복도라는 장소, 더 세부적으로는 상담을 기다리고 있는 복도라는 장소로 시선을 옮겨보면, 털어놔야 하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서경이의 심리와 상담을 함께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을 비롯한 복도를 오고 가는 많은 이들과 자신의 거리감을 보여준다고도 느껴진다. 이러한 거리감은 거리감이라고도 말할 수 없을 만큼의 먼 거리에 있는, 사라져버린 친구와 나와의 거리를 생각하게 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오빠를 애타게 찾고 있는 가정의 딸 시은은 어릴 적부터 오빠의 빈자리를 자신이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틱 장애를 앓는다. 그러한 그녀에게는 모바일 메신저 친구인 승옥이의 연락과 아이돌들의 팬픽이 유일한 위로이자 현실에서의 탈출구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시은은 오빠 시훈과 그의 여자친구 선지를 만나게 되고 자신과 너무 닮은 존재인 오빠 시훈, 그리고 닮고 싶은 존재인 선지와 만나며 현실 세계 속 <美성년으로 간다>
첫 장면에서부터 <美성년으로 간다>는 청소년들의 이유 있는 반항심이나 불안정함이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이는 불안정한 청소년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한 사람의 특정한 이유에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美성년으로 간다>는 청소년을 성인이 되기 위한 예비적 존재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예비적인 존재, 즉 불완전한 존재가 아닌 특정한 시기의 한 인격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머릿속에서 청소년이라는 점을 지우고 그저 한 사람의 혼란스러움으로 다가오도록 했다. 그래서 시은은 오빠의 상실로 인한 자신의 불안, 그에 비롯된 다양한 상상들 속에서 헤매다 현실로 발돋움을 준비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 보여진다.
개인이 정의하는 청소년의 의미는 너무나도 다르다. 개인의 판단 기준이 법적인 기준일 수도, 자신의 가치관으로 정해놓은 기준일 수도 있다. 이렇게 청소년에 대한 모호한 판단 기준 속에서 <복도에서>, <美성년으로 간다> 이 두 작품을 통해 청소년과 성인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비유를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여민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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