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뉴스=문정호 취재부장 대우] ‘가인 김병로’, ‘애산 이인’, ‘긍인 허헌’ 선생을 가리켜 후대는 ‘항일법조삼인’이라고 말한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김홍섭 전 서울고등법원장, 최대교 전 서울고검장을 가리켜서는 ‘법조삼성’이라고 말한다. 각각 3인을 대표하는 단어에서는 한 사람이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가인 김병로’, 일제강점기 당시 의병활동과 법조인으로서 독립운동가들을 변호하며 해방 후에는 미군정 과도정부 사법부장, 정부수립 후 초대 대법원장을 지냈다. 사법부의 기초를 다졌다고 평가받는 그는 정부 수립 이후 평생을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 대법원장 임명권을 갖는 대통령과의 잦은 마찰 속에서도 대법원장 퇴임식 연설에서까지 판사들을 격려하며 사법부 독립의 의지를 고취시켰다.
최근 일본 메이지대학에서 ‘김병로 평전’ 일본어판 출판기념회가 개최되었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김병로 선생의 손자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할아버지가 하늘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보면 당신이 세운 사법부 독립의 전통이 흔들리고 있다고 한탄할 겁니다.”라며 현재의 사법부를 비판했다. 이처럼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사후 약 60여년 동안 몇차례의 ‘사법파동’처럼 그의 의지를 잇고자 했던 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실은 행정부의 의지에 따라 사법부의 판단이 흔들리는 경우 잦게 일어났다.
현 김명수 대법원장이 받는 비난 역시, 마찬가지의 경우다. ‘법복을 입은 정치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를 향해 남긴 대명사이다.
대통령이 임명하고 입법부가 동의권을 행사하는 구조상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법부 조직’의 일이지만, 사법부의 의지만 있다면 헌법에서 보장되는 판사들의 지위로 사법부의 독립을 사수할 수 있다고 필자는 서술한다. 하지만 일부의 법조인들은 그렇지 않지만 현재의 정치권에 심심치 않게 그들의 얼굴이 보인다. 이러한 현실은 그들의 의지가 아닌 인간의 본능적인 명예욕 때문일까. 필자는 그들을 이해하고 싶다. 사법부 전체를 ‘AI(인공지는)’가 대체하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경우는 역사의 수레바퀴처럼 계속 반복될 것이다. 그들의 선택과 의지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도 없을 것이고 지위도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역사가 말해주는 현실은 가슴 아프게도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다만 그들에게 의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를 필자는 사회가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권분립’ 이론이 이론으로만 실재하지 않다는 것을 사법부의 구성원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행정부의 수반, 입법부의 수반, 사법부의 수반 중, 사법부의 수반만이 타 부처에 의지하여 임명된다. 반대급부로는 특수한 경우가 없는 한 임기를 보장 받을 수 있고 사법부 구성원에 대한 인사권이 주어진다. 사법부 전체 구성원에 대한 인사권이 주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과도한 권한이라는 비판 여론이 사법부 내-외에서 거세기도 한다. 이는 필자는 일방적인 인사권이기에 사법부 내부에서의 비판 여론의 이유를 추측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탄핵은 입법부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결과에 의존해야 한다. 일반 법관의 경우 역시, 징계의 경우는 사법부 내에서 이루어지지만 탄핵은 헌법재판소에 의존한다. 다만 사법부의 인사권의 대부분을 대법원장이 행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필자는 사법부의 수반을 사법부 내부에서 임명권을 결정하지 못하기에 내부에서의 대법원장 인사권에 비판 여론이 생성된다고 추측된다. 필자의 무리한 추측일 수도 있고 과도한 억측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추측일 수도 있지만 대법원장의 임명을 타 부처에 의존하는 것과 대법원장의 과도한 인사권은 분명히 사법부의 독립을 해친다는 것이다. 외부에서의 독립은 내부에서의 단합과 균형이다. 헌법상 법관의 지위는 동일하다. 대법원장 또한 한 명의 법관일 뿐이다. 대법원장이 전체 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과 같이 사법부 내부에서 대법원장 임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사법부를 외부에서 독립시키는 것이고 내부에서 법관 각각 개인의 판결권 독립과 직책만이 일반 법관과의 구별을 달리할 수 있는 대법원장의 과도한 독주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사법부는 법을 집행하는 부처이고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이다. 대통령이 정치적인 사안으로 탄핵되지 않고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시 탄핵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사법부는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판결하는 것이 아닌 법적인 고려와 판단에 의해 판결한다. 사법부의 독립은 사법부가 오로지 법적인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정치권의 양해가 필요한 것이 아닌 민주주의적 요소이자 하나의 국가가 지녀야 할 절대적인 개념이다.
‘항일법조삼인’, ‘법조삼성’이라는 대명사가 생긴 이유가 무엇인가, 이들을 존경하는 것은 당연한 개념을 지키지 못하기에 ‘대리만족’하는 것인가. 그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지킨 이들이다. 사회는 우리 법관들이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문정호 취재부장 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