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뉴스=임윤아 칼럼리스트]
가을엔 단풍이고, 봄에는 벚꽃이다. 벚꽃하면, 축제가 연상되고, 그 중에서도 진해 벚꽃 축제가 으뜸이다.
진해역은 다리가 있어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는 사람 수도 정해져있고, 외국인도 많으며, 등 떠밀리는 느낌이 덜했다. 무엇보다 정면은 탁 트여있고, 좌우로 살펴봐도 드문드문 벚꽃 나무가 도심 곳곳에 심어져 있어 꽃을 감상하기에 적당했다. 기찻길을 건너는 노란 고양이도 보고, 저 너머 버스가 오고 다니는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다. 영화 러브레터의 한 장면을 연상 시킨다.
벚꽃이 많은 만큼 많은 양의 벚꽃잎이 바닥에 떨어지는데, 천천히 떨어지는 광경을 볼 수 있다는 큰 장점을 지녔다.모든 사람들이 그때만큼은 발걸음을 멈춰 서서 하늘하늘 떨어지는 벚꽃 잎들을 바라보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어른들이 서서 영상을 찍었던 장면 역시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있다.
사실, 확실한 장점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운 장소이기도 하다. 유명세만큼이나 인파 때문에 벚꽃은커녕 사실 사람 구경에 가까웠다. 교통편 역시 생각 외로 불편하다.
인파도 인파지만, 노점도 많고, 길도 헷갈려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모든 명소를 다 둘러볼 수 없다는 게 큰 단점이다. 방향성 상실로 인해 길을 잃는 건 삽시간이다. 떠밀리듯 걷는 곳이 특히 여좌천 로망스 다리 부근이었다.경찰이 교통정리를 하긴 해도 바로 빈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서울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걸 각오하고 갈 가치가 있냐고 한다면, 나는 한번쯤은 두 눈에 넣어도 되는 풍경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진해 여좌천 로망스 다리로 향하니, 이곳이 피크였다. 모든 관광객이 이곳에 모인 듯했다. 진해 여좌천 로망스 다리는 사람들 속에 파묻혀 벚꽃을 구경하기가 정말 정말 힘들다. 유명세 때문에 배경이 묻히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도 기찻길 가득히 핀 벚꽃을 보면, 축적되어 있는 피로가 싹 가신다.
진해군항제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에서 매년 4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군항제
길거리에 단편적으로 피어난 벚꽃을 감상하는 날도 좋지만, 봄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한데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사람 냄새나는 축제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말 그대로 봄의 만찬과 벚꽃이 떨어지는 환호가 눈앞에 펼쳐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