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뉴스=임윤아 칼럼리스트]
鷄에 대한 모든 사찰이 담겨있다.
설파 (雪波) 안창수(安昌洙) 선생님께서 개인전을 여셨다.
블로그 주소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cssahn
사군자 과정에서 색을 다루려면, 최소한 십 년 이상은 그려야한다. 난으로 시작하여, 대나무, 국화 그리고 매화 순으로 화조화를 터득하여, 산수화나 동물화로 나누어지게 된다. 색의 소중함을 그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깨닫는 직업이라 여겨진다. 무엇보다도 자연을 섬세하게 다루며, 정면으로 마주하는 직업 중 하나다.
안창수 선생님의 블로그에 들어가면, 화조화 산수화 동물화로 카테고리가 나누어져있는데, 작품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물 밀려오는 경탄이 있다. 실제로 보고 그리시는지, 허구로 그리시는지, 전부 다 알 길이 없으나 이보다 더 역동적이고, 생생할 수가 없다. 수묵화는 자연의 고즈넉함을 표현하는 대표적 방식이지만 야생동물의 일상 생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훌륭한 방식이기도 하다.
세필로 덧칠하여 그리는 산수화, 주로 실물과 사진을 참고 하여 그리는 화조화 그리고 움직임을 따라 창조해내는 호(虎)와 계(鷄)의 만남.
싸움닭의 격렬한 움직임, 날지 못하는 닭의 처음 보는 역동적인 몸짓만으로도 하나의 예술로 시작되는 작품들. 한편, 이 속의 이면을 내려다보게 된다. 하림 공장에서 보았던 수백 마리 닭의 유통 전 과정처럼, 오로지 싸움을 위해 개량된 닭 품종이 과연 생명으로써 조금이나마 존중받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처음부터 식탁 위에 오르지 않아도 이에 대해 곰곰이 반문하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생명의 존엄성과 집단의 이득이라는 뫼비우스 띠. 인간의 상업성을 위해 돌고 도는 형식에 대해 지금 이 순간에도 사나운 죄의식을 느낀다. 그저 텁텁한 감정을 끌어안은 채 살아있는 계의 움직임을 감상한다.
설파 안창수 선생님의 꿈틀대는 화(畵)만이 한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기억하며, 진중히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글, 사진 임윤아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