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뉴스=교육, 청와대] 지난 12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교장제도의 개혁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한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이는 (사)새로운학교네트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의 회장인 정성식 선생님이다.
정 선생님은 “대한민국헌법 제1조와 교육기본법 제2조에서 밝힌 민주주의와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을 학교 구성원의 삶에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교장승진제도를 개혁할 것을 다음과 같은 이유와 내용으로 청원합니다”며, ‘모든 학교에서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을 요구합니다’ ‘민주적인 학교공동체 실현을 위하여 교장선출보직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교육공무원법 개정을 요구합니다’고 청원 개요를 밝혔다.
청원개요에 이어, 청원이유는 지난주 27일 개봉한 영화 <1987>이 관심을 받고 있다며, 한국현대사의 물꼬를 튼 ‘6월항쟁’을 다룬 ‘1987’이 반향을 일으키자 정치권에서조차 논란이 되기도 했다고, 영화제작의 모티브인 ‘6월항쟁’이 일어난 지 30년이 지났고 항쟁의 주역들은 어느새 머리에 서리가 내려 앉은 기성세대가 되었다. 그들의 노력의 결실로 우리는 대통령을 우리의 손으로 직접 뽑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는 뿌리내리게 되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우리의 삶 속에 자리 잡는 동안, 역설적이게도 민주시민을 길러내야 할 학교의 민주주의는 시대를 역행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학교민주주의 실현을 가로맞는 결정적인 이유가 비민주적인 교장승진제도 때문이라고 본 청원의 핵심을 밝혔다.
이어 정 선생님은 현행 교장승진임명제도 아래에서, 학생들에게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삶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은 정작 상명하복과 권위주의에 짓눌려 살아야 했다. 교사들은 교장자격증을 얻을 수 있는 승진을 위해 교직수행 및 학교경영능력과 무관한 승진가산점을 모아야 했다고 현행 교육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의 시스템에서 벌어지는 승진을 위한 암투는 교육계의 적폐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해방 이후 70년 넘게 존속된 교장자격증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자격증’으로 대법관도 할 수 있고, ‘의사자격증’으로 병원장도 할 수 있듯이 교사자격증 소지자가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사례로 교수가 대학의 총장을 하고 다시 교수로 강단에 서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런데 정 선생님이 제시한 우리나라의 교원자격증 시스템은 지나치게 촘촘하다. 2급 정교사, 1급 정교사, 교감, 교장이 따로따로 자격증을 갖고 있고, 이 자격증의 등급을 바꾸느라 교사들은 교육과는 별개로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자격증을 받기 위해 무려 20여 년간 연수점수를 신경 써야 하고, 연수가산점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연구학교와 시범학교에 근무해야 하고, 학교폭력예방 유공교원 가산점을 받기 위해 보고서를 써야 한다. 즉 수업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닌 교장 자격증을 얻기 위한 점수를 모으는 것이다.
심지어 교사들은 근무성적평가라는 이름으로, 이제는 학생들에게도 부여되지 않는 등급점수(수, 우, 미, 양, 가)를 여전히 교장에게 받고 있다고도 했다. 근무성적 평가에 대한 교장의 권한은 막강하며, 이는 학교를 반교육적인 곳으로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교사는 이와 같은 점수를 잘 받고 꼼꼼히 챙겨야 교감 혹은 교장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정 선생님은 이와 같은 과정에서 우리 교육은 병들어 가고, 교장으로부터 상위의 근무성적평가점수를 못 받아 교감이 되지 못한 교사가 학교에서 자살을 한 극단적인 일까지 있었으니 이를 보아도 교장의 힘은 학교에서 절대적이다라고 현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초중등교육법에서 교사는 주어로 한 차례 언급되는데 반하여 교장은 30차례 언급된다. 즉, 교사가 교육활동의 중심이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선생님은 현행 교장임용제도에 대하여, 지역의 교육청도 교육을 지원하는 본질적 책무를 강조하기 위해 교육지원청으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교육지원청은 여전히 교사들의 점수를 관리하는 업무로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이런 상황의 일부라도 개선하기 위해 유능한 평교사 교장을 선발해야 한다는 취지의 교장공모제를 법제화하였다고 했다. 운영 결과 내부형 공모교장에 대한 학교구성원들의 만족도는 현행 교장승진임명제에 의한 교장보다 훨씬 높았다고, 정 선생님은 교장 개혁의 청원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이후 들어선 이명박 정부에서는 자율학교의 15% 이내로 응모 자격을 제한하는 시행령을 만들어버려, 민주적 학교문화의 출발을 막았다고 말했다. 즉 지난 10여 년간 학교의 민주주의는 뒷걸음질쳤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탄핵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적페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을 하나씩 실현하고 있다. 지금은 엄중한 시기이고, 시대에 발맞춰 교육의 적폐인 교장승진임용제도를 개선해야 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도 ‘교실 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을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며 교장공모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며, 교장공모제를 시행할 것에 강력히 주장했다.
정 선생님은 청원 내용을 요약하며, 전근대적인 교장승진제도는 민주적인 교장 선출제도로 바꾸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혁 반대 세력의 저항을 막고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어가기 위해 교장승진제도는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고, “1단계 :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실시 ‘현재 자율학교에 한하여 시행하도록 하고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모든 학교에서 실시할 수 있도록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의6(공모 교장의 자격기준 등)을 개정하기 바란다.’ 2단계 : 교장선출보직제 도입 ‘학교구성원이 교장을 선출할 수 있는 교장선출 보직제를 법제화하고, 교장승진임용자들의 퇴직을 고려하여 자격교장과 보직교장의 비율을 정하여 교장 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공무원법 제7조(교장·교감 등의 자격)를 개정하기 바란다’ “로 요약했다.
학교는 사회 구성의 중요한 요소이며, 민주시민을 키워내는 곳이다. 따라서 학교 운영은 민주적이어야 한다. 이것이 교장승진제도의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교장승진제도의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위와 같은 이유와 내용으로 교장승진제도의 개혁을 청원하는 바, 정부는 교육자치를 기반으로 민주주의적 학교 운영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의 개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청와대와 교육당국에 부탁했다.
한편,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정성식 선생님의 청원은 2018년 1월 12일 시작하여 오는 2월 11일 마감되며 총 청원 참여자는 14,096명이다. 청와대 청원은 청와대가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시스템으로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한다. 국정 현안 관련 국민들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가 답하고 있다.
정성식 선생님의 청원에 서명하려면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89455)에 들어가면 된다.
글, 김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