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절정 8월을 앞둔 7월의 어느 날,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를 통해 <마르셀의 여름>을 만났다. 단순히 영화를 ‘본’ 것이 아닌 마르셀의 과거를 접하고 그런 그를 스크린으로 만났다는 느낌이 컸고, 마르셀은 그때의 여름 이야기로 나를 가볍지만, 꽉 찬 표정을 짓게 하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과거를 돌아보는 마르셀의 목소리에서 묘한 안정감을 느꼈고, 화면 속 어린 마르셀을 보며 당연한 공감보다는 순수한 그의 모습을 이해함에 왠지 모를 섭섭함도 느꼈다.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지만, 영화를 통해 내가 느낀 섭섭함은 아직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겠다. 아마도 당연하게 공감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서운함일까 Read More Here.
지금의 마르셀은 몇 살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어린 시절의 자신을 돌아보며 그때의 자신, 그리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금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사람이 마르셀의 이야기를 듣고 보며 웃음을 지었고 나 또한 그랬으며 영화가 끝난 후에는 그때로부터의 나를 꺼내 볼 수 있었다. 시절이라는 것은 누구나 있는 법이니까.
나는 ‘성장’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무겁게 들리는 사람으로서 이번 기회로 그 받아들임이 조금은 달라졌다. 한 사람이 성장한다는 것은 놀랍고도 신기하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나에게 이토록 무겁게 들리는 성장을, 나는 그저 무작정 하지 않았나. 성장을 되돌아보면 그곳에는 가족이 있다. 사람은 절대적으로 사람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고 믿고, 인간 대부분은 태어나 가장 먼저 부모를 마주한다. 인간의 탄생은 그들의 부모로부터 시작되었고, 가족은 나라는 사람에 있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타인이기에, 가족이 육체적인 성장과 더불어 정신적인 성장에 있어 부분적이지만 클 것으로 생각한다.
마르셀은 여름방학의 여행으로 또 다른 성장을 했다.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도 못 하는 것이 있고, 거짓말을 하였다는 사실도 알았으며 아버지의 자부심이 곧 나의 자부심으로 느껴질 수도, 낯선 곳에서 만난 사람이 나에게 소중한 존재로 생각될 수도 있음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성장은 새로움일까? 마르셀의 시절을 보고 내 시절도 떠올린다면, 타인과의 관계로 부는 바람으로 여러 사건을 통해 성장한다면, 성장은 자연스러운 것인가? 나는 마르셀이 성장했다고 느꼈고, 마르셀이 지금을 또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그해 여름, 그런 아름다운 시절을 지나친 마르셀이 지금을 누구보다 잘 살고 있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그리고 절실하게 사람은 절대 혼자 살 수 없다고 되새긴다. 그럼 나에게 과연 그 사람들 중 스스로 소중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정도는 얼마만큼 일까.
글, 여민주 칼럼니스트
사진,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