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도 포스터, 사진 출처 : 쇼박스
[수완뉴스 권규현 칼럼니스트]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 우리 나라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다른 나라와 달리 가족이면서 또 타인처럼 멀게 느껴지는 관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에게 보물 같은 존재이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세상의 전부와도 같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의 그 모호한 관계를 보여주는 영화 ‘사도’이다. 사도는 우리가 아는 조선 21대 임금인 영조와 사도세자에 관한 내용이다.
조선왕조 역사상 아들이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는 비극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럼 그 내용을 파헤쳐보자.
이 영화의 줄거리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역사적 기록을 표현한 것이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이끌기까지의 내용은 웬만한 국사를 배웠던 사람은 잘 알고 있는 실제 역사적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줄거리가 중요하지 않다. 영화의 가장 특이했던 점은 처음부터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히는 장면부터 시작했다. 영화의 전개가 어떻게 사도세자가 죽게 되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고, 사도세자와 영조의 갈등이 어떻게 심화되었는지에 대해 어릴 적부터 성장해 가는 에피소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이 사건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없었던 사람들도 이 영화를 통해 새로이 그 배경과 결과를 알게 하기에 효과적이었다. 또한 계속해서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을 통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운명을 극대화시켜 참담한 비극으로 풀어냈던 것이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더욱 더 집중할 수 있게 하고 또 관객의 심금을 울리게 하였다.
△사도 스틸컷, 쇼박스
또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영화의 구성은 영조와 사도세자가 갈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각자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제시한다. 아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키우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 충분히 느껴지지만 그에 비해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한 사도세자의 행동들 또한 충분히 공감이 갔다. 그러기에 누구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고 어떻게 보면 어디서부터 그 둘의 관계를 다시 회복해야 될지도 힘든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바로 주연배우들의 명연기이다. 대세 배우 유아인과 한국 최고의 배우 송강호가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는 이 영화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각각의 연기는 물론이고 연기 호흡도 엄청나게 좋았다. 무엇보다 여태껏 유아인 이라는 배우가 이렇게나 연기를 잘하는 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애매한(이 표현을 다른 걸로 바꿀 순 없는지?) 위치에 처하게 된 사도세자의 입장을 아주 명쾌하고 정확히 짚어냈다. 물론 감독의 연출력을 통해 배우의 연기가 빛을 발하기도 하지만 배우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과 프로다운 연기력이 더 빛을 발했던 것 같다.
다음으로, 감독의 깔끔한 연출력이 이 영화의 두 번째 강점이다. 전체적인 시퀀스(sequence)의 구성이나 스토리텔링에서 흐름이 끊기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말끔한 느낌이 들었다. 대체적으로 영화에는 주요 내용과 관련되지 않은 내용도 중간중간 삽입되곤 하지만 ‘사도’에서는 오직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필요한 부분을 담았기에 영화가 깔끔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의 감독인 이준익 감독은 과거 ‘왕의 남자’라는 사극영화를 통해 흥행에 크게 성공한 경험이 있다. 그 때의 감각을 이어서 이 감독만의 특유한 사극영화의 색깔이 짙게 묻어 있었다. 특히 마지막에 정조가 부채춤을 추는 장면은 왕의 남자 마지막 엔딩 장면과 사뭇 흡사했다. 마치 아버지와 아들, 그 아들의 아들로 이어지면서 손자로서, 아들로서 제구실을 못했다고 자책하는 듯한 정조의 부채춤은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을 설명해주는 듯 했다. 이준익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뿐만 아니라 거기에 영상미와 배경음악이 더해졌기에 영화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 같았다.
굳이 이 영화의 가장 아쉬웠던 점이라고 꼽는다면 영화의 분위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률적이었다는 점이다. 영화의 초반부터 긴장이 가득한 분위기로 시작하여 끝까지 이어진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을 통해 빚어지는 사건들과 에피소드들이 중간 중간에 재 반복되는 신(scene)을 보여주면서 같은 내용과 같은 결과로 이끌어냈다는 점이 어떤 면에서는 이 영화를 지루하다고 느끼는 관객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줄평
아버지와 아들, 결국 서로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게 된 그 비극
★★★★☆(별 4점/5점 만점)
글=권규현 칼럼니스트 qhyunny@
사진=사도 스틸컷 및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