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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칼럼고구려: 유일한 정복 국가, 시작

고구려: 유일한 정복 국가, 시작

고구려 개마무사 (사진=영화 안시성 스틸컷/네이버영화 출처)

광개토대왕으로 상징되는 우리 역사 상 유일의 정복국가.
우리 민족이 가장 자랑스러워하고 그리워하는 고대국가.
속말 말갈이 주축이 되어 만주에서만 놀았던 발해에 비해, 영토의 반 가까이가 한반도에 걸쳐 있었고
평양에 도읍을 두었기에 중국 놈들이 뭐라고 하던 무조건 우리나라.
역사의 대부분을 한반도에서만 복닥거리는 못난 후손들에게 만주를 회복해야 할 민족의 정신적인 영토로 제공한 위대한 조상의 국가.

이 자랑과 긍지의 고구려는 동명성왕이 압록강 상류 졸본지역에 자리를 잡으면서 시작되었다.
기록에 나타나는 동명성왕의 휘는 추모, 주몽, 중모, 중해, 상해, 도모 등 다양한데,
이는 모두 한자의 음차이므로 뜻과는 상관없이, 이름이 이와 비슷한 발음이었다는 뜻이다.
고구려쪽 기록이라 할 수 있는 묘지명이 추모성왕으로 기록되어 있고, 광개토대왕릉비에도 추모왕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추모가 원 발음에 가장 가까울 것인데,
하필 어리석다는 의미의 蒙자를 사용한 주몽이 가장 유명한 이유는,
변방 이민족을 천시하는 중국 놈들의 못된 버릇에 놀아난 결과일 것이니,
주몽보다는 추모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돈 많은 과부와 결혼한 운 좋은 사나이 추모는 동부여에서 태어났으나, 배도 다르고 아비도 다른 형제들의 핍박에 고향을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애비가 도대체 뭐하는 자이길래, 위대한 추모왕의 초년 삶이 이렇게 기구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데,
신화에 따르면,
추모의 아버지는 해모수라는, 다섯 마리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다니던,  무려 천제(天帝), 혹은 천제의 아들로서,
아침에 지상에 내려와서 볼 일을 보고, 저녁에는 천상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태양신 아폴로와 환웅을 합쳐놓은 어마무시한 신급의 능력자로서,
부여의 건국 설화도 등장할 뿐만 아니라 역사상 단군과 동일시되기도 하는데,
관련 신화를 보면,
기원전 58년 오룡거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와 북부여를 세우며 스스로를 해모수라고 칭했고, 
아들 부루에게 해씨를 성으로 물려주었다고 한다. 이 해부루가 동부여의 시조가 된다.
나중에 나라를 해부루에게 물려주고 하늘로 원대 복귀했는지,
아니면 천하를 유람하며 놀았는지는 모르지만, 이 냥반이 강가에서 놀던 유화를 유혹하여 추모를 낳게 했다고 하는데…
그런데 이렇게 되면 족보가 심히 꼬인다.
해모수에게 버림받은 유화를 거둔 사람은 금와왕인데,
금와는 해부루가 천신에게 빌어서 얻은 아들이므로 해모수의 손자가 된다.
따라서 금와는 할아버지의 첩을 거둔 셈이고 추모는 족보상 삼촌뻘이 된다.
아무리 고대라 해도 설마 이런 막장드라마를 썼을까?

해부루가 동부여로 떠난 뒤 빈자리를 차지하고, 부여의 시조가 된 동명왕도 해모수를 칭했다는 것으로 보아,
해모수는 민족의 태양이니 구국의 태양이니 하듯이 한 나라의 시조를 높여 부르는 보통 명사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
해모수.. 해.. 태양…
나라를 세우고 난 후 간 큰 놈들을 스스로를 해모수라 부르고, 좀 염치를 아는 것들은 해모수의 아들을 칭한 것이 아닐까?

뭐가 되었건 해모수의 아들 추모에 의해 우리의 고구려가 시작되었다.

김경순
김경순
실존은 본질보다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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